지난 웨어하우스 분석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 FPS 게임의 또 다른 상징, 서든어택의 ‘제3보급창고’ 맵을 건축학적 그리고 레벨 디자인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합니다.
넓은 개활지와 전략적 요충지로 가득한 이 맵의 매력은 무엇이며, 웨어하우스와는 어떻게 다른 매력으로 설계가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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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과 방어, 두 개의 폭파 지점, 복합적인 동선 구조
‘제3보급창고’의 가장 큰 특징은 공격팀과 방어팀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 복합적인 동선 구조에 있습니다. 방어팀(블루)은 A와 B라는 두 개의 폭파 지점을 선점하고 지키는 것이 주 목표이며, 공격팀(레드)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두 블록을 공략해야 합니다.
맵의 흐름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레드 팀이 출발하는 야외 구역을 기점으로 여러 갈래로 나뉘는 전략적 길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 건물은 B구역으로 향하는 ‘(사)달방’이나 반대편으로 빠져 A구역으로 접근하는 전략적 허브 역할을 합니다.
길게 뻗은 B롱은 주요 돌파로이자 저격수들의 격전지가 되며 2층의 난간을 활용하여 ‘(사)달방’으로 이동하기도 하는데요. A구역 역시 A롱과 A숏을 통해 접근할 수 있어, 공격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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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고 작은 개활지와 엄폐물, 다채로운 거리감의 전투 묘미
이 맵의 가장 큰 특징은 길게 뻗은 시야와 복합적인 엄폐물로 완성된 다채로운 ‘거리감’입니다. B구역으로 향하는 ‘B롱’ 통로나 A구역으로 향하는 ‘A롱’ 공간 등, 맵 곳곳에 웨어하우스와는 다른 긴 전투 거리가 존재합니다. 이는 근접전 위주였던 웨어하우스와 달리 중장거리 교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하지만 모든 곳이 중장거리 전투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B 폭파 지점과 같이 넓은 공간 내에 선반과 적재물이 복잡하게 배치된 곳에서는, 총기 연사가 쉬운 돌격소총이 우세를 가질 수 있지만, 엄폐물 사이의 틈을 노리는 저격수 역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장거리와 근거리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전투 환경 덕분에 제3보급창고는 모든 종류의 무기가 제 역할을 하는 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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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폭파 미션’ 규칙이 낳은 지형지물과 전략적인 동선
제3보급창고는 단순한 총싸움을 넘어 폭파 미션이라는 명확한 규칙을 의도한 레벨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이는 맵 곳곳에 설계된 지형지물을 통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고, 전략적 깊이를 더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공간 활용 심리전: 맵의 모든 공간은 플레이어의 심리를 흔드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단순히 엄폐하는 것을 넘어, 좁은 코너를 통한 예측 불가능한 돌파를 시도하거나, 복잡하게 쌓인 상자 뒤에 숨어 적을 기다리는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폭탄 설치 및 해체라는 목표를 두고 벌어지는 이 맵의 주요 재미 요소이자 긴장감을 유발하는 원천입니다.
복층 구조: B구역 건물의 2층은 1층(B바닥)과 중앙 통로(중통)의 시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하이 그라운드(High Ground) 역할을 합니다. 이는 폭탄이 설치되었을 때 방어팀이 해체를 시도하거나, 공격팀이 마지막까지 거점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방어 포지션 설계: 방어팀(블루)은 B거점에서 스폰하며, A거점으로 빠르게 향하는 ‘일문’과 중앙 통로(중통)로 진출하는 명확한 진입로를 통해 초기 방어 포지션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공격팀의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폭파 지점을 안정적으로 수비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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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클랜전 룰’이 재정의한 맵 밸런스, 언밸런스 속 유저가 꽃 피운 재미
제3보급창고는 공식적인 룰 외에도 플레이어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규칙, 즉 ‘클랜전 룰’이 존재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맵은 길게 뻗은 시야와 긴 호흡의 전투가 많아 돌격소총(라이플)보다 저격소총(스나이퍼)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맵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5대5 대결 시, 스나이퍼는 1명으로 제한’이라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스나이퍼의 강력한 우위를 제한하고, 맵의 밸런스를 맞춰 라이플 플레이의 전략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이 규칙은 자연스럽게 포지션의 분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나이퍼는 주로 A롱을 지켰고, 라이플맨들은 B 2층, B바닥, A숏 등 다양한 포지션을 맡았습니다. 특히 ‘리베로’라 불리는 라이플맨은 맵의 전체를 오가며 팀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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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3보급창고는 밸런스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어 게임의 재미를 재정의할 만큼 전략적 잠재력은 풍부한 맵이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PUBG UGC에 제3보급창고를 재현할 계획임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합니다.